능묘제도
능묘 주위에 석물을 배치하는 풍습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통일신라 초기부터 나타나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유교적 가치관과 맞물려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부뿐만 아니라 중인, 서인들도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돌아가신 분께 예와 격식을 갖추고자 노력했습니다. 이후 점차 형식화되면서 조각 작품과 같이 상징적인 의물(儀物)로 남게 되었습니다.
능묘조각
사람의 형상을 한 돌 조각상, 석인(石人)은 능묘를 수호하는 석물(石物) 중 하나로 왕을 섬기는 문관과 무관을 조각하여 왕의 권위를 상징합니다. 석인은 외형에 따라서 크게 문인석과 무인석, 동자석 등으로 나뉩니다. 문인석은 머리에 복두를 쓰고 공복을 입은 채 홀(忽)을 잡은 모습을, 무인석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채 손에 칼을 쥔 형상을, 동자석은 도교, 불교, 유교, 무속신앙 등 여러 요소들이 혼재된 모습으로 다양한 종류와 형태를 보여줍니다.
소장품 특징
지금 보시는 석인 2점은 제주도의 동자석입니다. 동자석은 사대부들의 무덤 앞 좌-우에 마주보거나 나란히 세워져 있는 석상으로, 죽은 사람의 시중을 드는 역할을 했습니다. 생전에 좋아했던 술, 떡 같은 음식물이나 꽃, 창과 같은 상징물을 들고서 봉분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합니다. 전형적인 동자의 모습에서는 머리 모양에 쌍계(雙髻)라고 하는, 불교 동자상이나 유교 동자석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쌍계는 동자석의 두부(頭部) 좌우에 머리를 말아 상투를 지운 것을 말하는데, 제주도 동자석은 쌍계가 없이 맨머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제주 동자석만의 형태적인 특징에 더하여, 지금 보시는 동자석 2점은 눈과 입이 없는 얼굴을 하고 홀(忽)을 들고 서 있습니다. 삼원(三猿)이라고도 하는 눈, 귀, 입을 가리고 있는 원숭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 동자석들은 눈과 입을 생략하는 담대한 조형미를 보여줍니다. 또한 동자석임에도 불구하고 문인석이 들고 있는 홀을 쥐고 있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인박물관 목석원에는 이러한 동자석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주도의 동자석이 전시되어 있는데, 육지의 석인들에 비해서는 아담하고 투박하지만 제주도 특유의 개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소장품 재질
이 석상들의 재료는 화산이 분출되면서 용암이 급속히 냉각되어 형성된 조면암입니다. 한반도에서는 백두산, 울릉도, 제주도 등이 대표적인 신생대 조면암 산출지입니다. 현무암, 용암석 등이 제주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경기도 지방의 화강암, 중부지방의 대리암, 경상도-전라도 등 남부지방의 응회암 등과 함께 지역별 주요 석질을 통해서 지리적, 환경적 특색까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